| 우발채무(채무보증 등)의 위험성 |
오래전 이야기인데,
제가 처음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될 무렵,
학교 수업으로 모의투자 하는 학생에게서
문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종목추천을 처음으로 요청을 받은 것이었죠.
그래서 나름 이런 저런 자료를 봐 가면서
종목을 추천해 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많은 종목을 살펴 보면서
다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대우와 해태의 주가가 다른 그룹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재무제표상으로는 다른 그룹과 별 차이가 없었거든요.
나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저평가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되었죠.
바로 우발채무 때문이었습니다.
그룹내 다른 기업에 채무보증을 많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계열사를 많이 둔 모기업의 경우에는
자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등의 우발채무가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회사들의 경우에 신용이 낮기 때문에
모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보니 채무보증을 많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상황이 좋을 때에는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되면
이 우발채무가 큰 문제가 되죠.
심하면 대우처럼 공중분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지금도 이런 채무보증이 많은 편입니다.
따라서 종목선택시에 해당기업의 재무제표만 볼 것이 아니라
채무보증 등의 우발채무도 잘 살펴 보아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채무보증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고,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최근 신문기사에 나온 몇몇 기업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금호타이어는 자회사인 난징 금호타이어가
교통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34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채무잔액은 자기자본 6942억원의 2배에 달하는 1조648억원까지 늘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계열사인 HHIC-Phil(수빅조선소)에 대한 채무
1061억원을 보증하기로 했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5.66%입니다.
총 채무잔액은 자기자본 1조8748억원의 2배에 달하는 3조4016억원입니다.
LG상사는 계열사인 LG상사 일본법인이
도쿄미쓰비시은행으로부터 차입한 517억5000만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자기자본의 4.13%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LG상사의 채무보증 잔액은 자기자본 1조2518억원보다 많은 1조8314억원입니다.
대기업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중견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성이엔지는 계열사인 신성솔라에너지의 부채 57여억원에 대해
채무보증을 결정했습니다.
채무보증금액은 자기자본대비 13.1% 규모입니다.
동사의 채무보증 잔액은 2850억원으로
자기자본 433억원을 훨씬 뛰어넘은 상황입니다.
사조오양은 계열사 사조바이오피드가
한국수출입은행 광주지점으로부터 차입한 106억원에 대해 채무보증을 결정하면서
채무보증잔액이 786억원까지 늘어 자기자본 보다 많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채무보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채무보증은 주가에 악영향을 주게 되죠.
그나마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정도에 그치면 다행인데,
보통 이런 채무보증을 받은 자회사나 관계사들이
부실한 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나중에 채무보증을 한 기업들마저
부실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죠.
그만큼 위험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채무보증이 많은 기업들은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채무보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부실한 재무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