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딸을 보며, 당기영도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번에 잘 데려왔다는 생각을 하였다.
딸이 지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세상을 더 많이 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두 아들들도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는 여동생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게 그렇게 신기하냐? ”
“ 어머, 아버지는.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는 걸요. ”
워낙 그녀가 두리번 거리며 이것 저것을 구경하다 보니 움직이는 속도가 느렸지만, 딸의 구경을 방해하지 말도록 당기영은 미리 이야기를 일행에게 해 두었다.
제일 선두에서 구릉을 올라간 당기영의 눈에 쓰러진 사람이 보였다. 그는 몇 명의 사람들을 불러 그 사람을 살펴보도록 하였다.
그 사람은 누군가와 싸움을 하였는지, 온 몸에 상처가 나 있었고, 그곳에서 흐른 피가 굳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 사람을 살펴보던 사람이 당기영에게 이야기 하였다.
“ 아직 죽지는 않았습니다만, 피도 많이 흘렸고, 외상이 심합니다. 그냥 놔두면 곧 죽을 것 같습니다. ”
당기영이 보기에는 중원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냥 버리고 가려니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을 죽이는 것 같았고, 데리고 가려니 정체를 몰랐으므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이미 당경혜가 그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당기영은 얼굴이 찡그러졌다. 당경혜의 눈에 띈 이상 그냥 둘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당경혜는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면,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더라고 치료를 해 주었다. 심지어 거지나 중죄인인 경우에도 치료를 해 주었다. 그래서 당문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그녀를 성녀라고 받들 정도였다.
당기영이 딸에게 다가갔다.
한참동안, 쓰러진 사람의 상처를 살펴본 당경혜는 그의 아버지에게 고개를 돌려 뭔가를 바라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 설마, 죽어가는 사람을 날 몰라라 하지는 않으시겠죠? ”
그녀가 먼저 선수를 쳤다.
항상 의(義)와 협(俠)을 강조한 것이 자신인지라, 정체모를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그녀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 알았다. 그러니 걱정말고 치료를 해 보거라. 그 사람은 운도 좋구나. 이렇게 위험한 지경에서 너를 만나다니. 천신이 살려주는 사람인가 보다. 허허. ”
“ … ”
그녀는 밝게 웃으며 다시 그 사람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당기영은 그 근처에 당분간 머물수 있도록 천막을 치도록 하였다. 자신이 본 그 남자의 상처로는 최소 몇 일은 머물러야 할 것 같았다.
당경혜는 우선 먼저 만들어진 천막으로 그를 옮기도록 하였다.
그 사람은 그런 상태에서도 무슨 힘이 남았는지 오른손에는 검을 꽉 지고 있었다. (2-6)